작성일 : 19-05-07 01:25
文 "남과 북은 '생명공동체'…이념 아닌 생존의 문제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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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력 일간지 출간 예정 기고문집에 장문 기고
"일제강점·냉전 겪은 한국인들, 스스로 운명 개척"
"비핵화·북미수교 이뤄지면 새로운 평화체계 구축"
"신한반도 체제는 한반도 지정학적 대전환 의미"
"남북 화해하면 한국은 대륙·해양 잇는 관문 될 것"
"평범한 사람들의 자발적 행동, 신한반도 원동력"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9.03.01.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新) 한반도 체제'는 수동적인 냉전 질서에서 능동적인 평화 질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 한국 국민은 일제 강점과 냉전으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자 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FAZ)이 5월 말 출간할 예정인 기고문집에 기고한 '평범함의 위대함(부제 : 새로운 세계질서를 생각하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한반도체제는 문 대통령이 올해 3·1절 기념사를 통해 새로운 100년을 위한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아이디어다. 한미 공조와 북미 대화 타결,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기존 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동시에 동북아에 심어진 '냉전 구조'와 깊이 연관돼 있다"며 "전후 처리 과정에서 한국인들의 의사와 다르게 분단이 결정됐고, 비극적 전쟁을 겪어야 했다. 이때 한미일의 남방 3각 구도와 이에 대응하는 북중러의 북방 3각 구도가 암묵적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어 "이런 냉전구도는 1970년대 데탕트와 1990년대 구소련 해체, 중국의 시장경제 도입으로 상당부분 해소됐지만, 아직 한반도에서만은 그대로"라며 "남북한은 분단돼 있고, 북한은 미국, 일본과 정상적 수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은 작년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을 통해 서로 간의 적대행위 종식을 선언함으로써 항구적 평화정착의 첫 번째 단추를 채웠다"며 "동시에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문제와 함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가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를 이뤄내고 한국전쟁 정전 협정이 평화 협정으로 완전히 대체된다면 비로소 냉전체계는 무너지고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계가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신한반도 체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대전환을 의미한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단층선에 있다. 이로 인해 역사적으로 잦은 전쟁의 수난을 겪어왔다. 특히, 남한과 북한이 비무장지대를 경계로 나눠진 이후 한국은 사실상 대륙과의 연결이 가로막힌 ‘섬과 같은 존재’였다.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은 섬과 대륙을 연결하는 연륙교를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반도의 평화가 남북으로 뻗어 나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 유럽까지 번져나갈 것을 기대한다"며 "한반도 전역에 걸쳐 오랜 시간 고착된 냉전적 갈등과 분열, 다툼의 체제가 근본적으로 해체돼 평화와 공존, 협력과 번영의 신질서로 대체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내가 안타깝게 생각했던 일은 한국의 국민들이 휴전선 그 너머를 더 이상 상상하지 않는 것이었다"며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화해하고, 철도를 깔고, 물류를 이동시키고, 사람을 오가게 한다면, 한국은 '섬'이 아닌 해양에서 대륙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대륙에서 해양으로 나아가는 관문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력이 넓어진다는 것은 곧 이념에서 해방된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국민들의 상상력도, 삶의 영역도, 생각의 범위도 훨씬 더 넓어져서 그동안 아프게 감내해야 했던 분단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남북의 문제는 이념과 정치로 악용되어서는 안 되며, 평범한 국민의 생명과 생존의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며 "남과 북은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병충해가 발생하고 산불이 일어난다.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경계는 조업권을 위협하거나 예상치 못한 국경의 침범으로 어민들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며 "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 바로 항구적 평화다.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평화를 넘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위한 평화"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평화는 또한 함께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기반이다. 신한반도 체제는 평화경제를 의미한다"며 "남과 북은 항구적 평화정착을 촉진하기 위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을 고심하고 있다. 이미 끊어진 철도와 도로 연결에 착수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남북 경제 교류 활성화는 주변국과 연계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와 유라시아의 경제회랑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남북한과 러시아는 가스관을 잇는 사업에 대해 실무적인 협의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에는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나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모델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동북아시아의 에너지공동체, 경제공동체로 발전시키고자 한다"며 "나아가 이 공동체는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분단은 개인의 삶과 생각을 반목으로 길들였다. 분단은 기득권을 지키는 방법으로, 정치적 반대자를 매장하는 방법으로, 특권과 반칙을 허용하는 방법으로 이용됐다. 평범한 사람들은 분단이라는 '난세' 동안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다. 사상과 표현, 양심의 자유를 억압받았다. 자기검열을 당연시했고 부조리에 익숙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오래되고 모순된 상황을 바꿔보고자 하는 열망은 한국인들이 촛불을 든 이유 중 하나였다. 민주주의를 지켜냄으로써 평화를 불러오고자 했다. 촛불이 평화로 가는 길을 밝히지 않았다면 한국은 아직도 평화를 향해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 촛불혁명의 영웅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적 힘이었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국민은 평범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런 힘은 마지막 남은 '냉전체계'를 무너뜨리고,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평범한 한 사람이 자기의 의지와 무관하게 불행에 빠지는 일을 막는 일"이라며 "평화를 이루는 것도 결국 평범한 국민들의 의지에 의해 시작되고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게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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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69년 5월7일 남사당굿에 ‘여왕’ 선발까지…1960년대 대학 축제 이모저모

1967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축제의 한 장면. 이른바 ‘5월의 여왕(메이퀸)’으로 선발된 학생이 체육과 학생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학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전국의 대학 캠퍼스는 1년 만에 돌아온 축제 시즌을 맞아 한껏 들떠있을 텐데요.

1960년대 한국의 대학 축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50년 전 오늘, 1969년 5월7일 경향신문 기사로 짐작해볼 수 있겠습니다. 기사는 “올해도 다름 없이 캠퍼스의 축제는 숙명여대의 청파제를 선두로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고 글을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는 현대적 형태의 대학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입니다. 당시 대학 축제는 ‘축전’으로 불리며 포크댄스, 가장행렬 등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는 통로 역할을 했습니다. 주요 행사로는 마라톤, 캠프파이어, 학술제, 문학회 등이 있었습니다. 이성과 만남이 가능했던 ‘쌍쌍파티’도 인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고 관심사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른바 ‘메이퀸 선발대회’라고 불리는 학내 미인대회였는데요. 각 학과에서 뽑은 여학생(퀸) 중 1명의 ‘여왕’을 뽑는 것이지요. 1908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처음 시작된 이 대회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에 따라 현재는 대부분 대학에서 폐지됐습니다.


기사는 그 해 축제가 내용 면에서 부실했던 과거와 달리 질이 높아지고 독자성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는데요. “포크 댄스, 빙고 게임, 기악 밴드 경연 등 서양 대학의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였거나 모방한 것이 대부분이었던 직전 해와는 구별된다”고 기사는 전했습니다.

“갓 대학이 특성을 살려 고려대학교의 경우 차전놀이, 남사당굿 등 우리 민속 고유의 것을 찾는 프로그램이 많이 삽입되고 학술적인 행사에 비중을 많이 둔 것이 특색. 소란함 때문에 경관(경찰)이 동원되고 학생보다는 오히려 인근 주민이 더 많이 모여 동민 위안의 밤이 되기도 했던 대학가의 잔치가 이제는 오락 위주에서 벗어나 학술 강연회 등 아카데믹한 분위기 조성에 큰몫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학생들의 저조한 참여율은 고민거리였나 봅니다. 대부분 학생이 축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기 보다 그저 구경하는 데 그쳤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는데요. 이 때문에 각 대학들은 ‘보는 행사’에서 ‘참가하는 행사’로의 전환을 꾀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신문이 “일류 악단이나 가수 초청 등 외부인사의 배격 경향과 현대 감각을 살린 한국적인 것의 개발 등 비교적 건전성을 보이고 있는 대학가의 축제가 모두 참가하는 행사로 무드를 조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전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2012년 9월 경기도 수원 동남보건대 축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