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5-02 12:40
[사설] 이번에는 `정시 30%룰`로 대학 압박하는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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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간 학생은 전체 중 3.4%였다. 올해 고3학생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비중은 77.3%에 이른다. 지난 20년간 2015학년도 한 해를 빼고는 매년 늘었다. 교육부는 학생들을 수능 점수로 줄 세우지 말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다양한 방법으로 뽑으라고 대학을 코치했다. 문재인 정부도 처음에는 수시 확대에 긍정적이었다.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는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공언했다. 절대평가를 하면 변별력이 약해져 수능 위주 정시는 더욱 위축되고 수시와 학종이 활성화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조적 인재를 기르려면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막상 취임하고 보니 여론이 안 좋았다. "학종을 못 믿겠으니 정시를 늘리라"는 목소리가 더 컸다.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 발표를 미루고 공론화위원회에 떠넘겼다. 지난해 8월 나온 결론은 "2022학년도부터 정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20년간 '수시 확대'를 주문해온 교육부가 지금은 '정시 확대'에 비협조적인 대학을 상대로 눈을 부라리고 있다. 고려대가 2021학년도 입시에서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을 대폭 늘린다고 발표하자마자 교육부 간부가 정진택 총장을 찾아가 "2022학년도에는 정시 비중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고려대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10년째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 자금줄을 쥔 교육부 주문을 대학이 거부할 수 있겠나. 정부가 대학, 그것도 사립대학의 학생 선발권에 이런 식으로 간섭하는 나라는 없다. 선발의 자유도 없이 무슨 자율성·다양성 추구인가. 한국 대학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고만고만해진 데는 이유가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정부의 교육철학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입시 정책을 바꿀 수는 있지만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정시를 확대한다는데, 수능 점수 따라 줄 세우는 폐해는 고민 안 해도 좋은 것인가. 창조적 인재 육성은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수능 절대평가는 완전히 끝난 얘기인가. 여론 따라 하루아침에 뒤집히는 입시 정책이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도 없다. 고생은 학생과 학부모, 대학 몫이고 뒤처지는 것은 한국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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