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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동물국회'가 재림했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한동안 사라진 육탄전이 부활했다. '빠루(노루발못뽑이)'와 쇠망치 같은 도구도 다시 등장했다.
여야 4당이 추진하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자유한국당이 국회 점거로 맞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21세기 국회에 20세기 정치가 펼쳐지는 모습이다.
21세기 새로운 정치문화가 익숙해진 국민에겐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의 뇌리엔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국가안보라는 명분하에 추진된 테러방지법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결정하면서 국회 본회의 표결 수순을 밟았다. 야당은 테러 방지의 필요성은 수긍하면서도, 국가정보원 권한 확대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논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맞섰다. 그러나 152석 과반 의석을 차지한 집권여당 새누리당과 정 의장은 국가적 비상 사태에 한해 행사할 수 있는 직권상정 카드까지 꺼내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당시 야당의 선택은 본회의장 점거가 아니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였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의원들은 국회법이 보장하는 '무제한 토론'을 통해 장장 192시간27분 동안 법안 처리를 막았다. 결국 테러방지법은 통과됐지만, 필리버스터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야당은 많은 것을 얻었다. 입법, 국가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과 정치적 소신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보여줬다. '싸움과 반대만 한다'는 이미지도 상당 부분 걷어냈다. 인권·국가안보 등 테러방지법과 관련된 다양한 가치와 철학을 국민 스스로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이다. 수많은 이해관계를 놓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충돌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어기면서 격하게 대립하는 모습은 국민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필리버스터 당시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순백의 도화지 위에 저는 국회도 그려 놓겠습니다. 다른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다름을 이해하면서 존중하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국회를 그리고 싶습니다"며 소박한 바람을 띄웠다. 그 바람이 내년 총선으로 탄생할 21대 국회에선 이뤄지길 바란다.
[정치부 = 백상경 기자 babsa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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