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2-22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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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미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지 않는 간접 선거 방식이 꽤 생소했을 것 같다. 그리고 도대체 왜 그런 방식을 취하는지도 궁금할 터다.
그것은 미국이 50개 주가 연합해 만들어진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지방이 50개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각 주는 독립된 주권과 사법권, 그리고 경제권을 갖는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한 표는 주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을 뽑는 것에 국한된다. 주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기 위한 방식이다.



어즈벌 케즘 안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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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부의 재정 또한 연방과 독립되어 있다. 가끔 연방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입과 지출은 주정부 관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지방 정부들은 혼신을 다해 관광산업에 힘을 기울인다. 많은 주들은 방문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호객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슬로건. 가령 버지니아는 "VIRGINIA FOR L 신혼부부 내집마련 대출 OVERS"이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홍보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본 뜻은 "VIRGINA FOR (HISTORY) LOVERS"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란 뜻이다.
버지니아는 지금의 미국이 시작된 곳이다. 첫 식민지 마을이 개척되었다. 그리고 제1대부터 5대 대통령이 버지니아 출신이다. 남북전쟁 시기 버지니아는 최대 격전 진행해 지였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버지니아는 미국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와 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땅 파면 보물이 나온다는 경주와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뉴욕 주는 자신들을 홍보하는 문구를 "I LOVE NEW YORK"으로 정했다. 왠지 뉴욕이 좋아질 것 같은 슬로건이다.

전세 이중계약

뉴욕을 상징하는 문구. '아이 러브 뉴욕 I LOVE NEW YORK'.


뉴욕 주의 GDP는 캐나다와 비슷하다. 뉴욕 주의 면적은 노스캐롤라이나와 비슷하며 미국에서 30번째로 큰 주에 속한다.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익숙한 세계 경제의 중 합자회사기업 심지 뉴욕시를 포함하고 있다.
영화에서 본 뉴욕시의 이미지 때문에 뉴욕 주라고 하면 완전히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뒤덮인 땅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남동쪽에 있는 뉴욕시와 그 인근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산, 구릉, 호수로 가득하다. 자연 그대로의 땅이다. 맨해튼에서 1시간만 운전하면 완전한 자연 속에 묻힐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라스트 모히칸>의 무대
뉴욕 주 여행은 자연뿐만 아니라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신대륙 미국은 영국,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전쟁터였다. 그 이야기는 영화 <라스트 모히칸The Last of the Mohican>에 잘 묘사되어 있다. 영화는 1992년 작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3번이나 받은 '다니엘 루이스'가 주연한 영화다. 아카데미 음악효과상도 받았다.
이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1754년에 영국과 프랑스가 미 대륙의 패권을 갖기 위해 9년 동안 싸운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는 4개의 세력이 존재했다. 서로 간에 존재를 인지하면서도 부정하면서. 그렇기에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프랑스 사람들은 수로를 이용해 미 대륙을 개척했다. 캐나다와 미국 사이를 흐르는 세인트 로렌스강을 타고 오대호를 거쳐 오하이오강을 따라 내륙 깊숙이 진출했다. 그들은 모피가 목적이었다. 수로를 따라 이동하면 비버를 많이 잡을 수 있기도 했고, 수렵한 모피를 옮기는 작업도 용이했다. 즉 물이 있는 곳에는 프랑스인들이 있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프랑스인들의 좋은 사업 파트너였다. 원주민들이 사냥한 모피를 싼 값에 사서 유럽으로 보냈다. 당시 유럽의 겨울은 추웠다. 모피코트는 비싸게 팔렸으며 모피 사냥꾼들은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금을 찾거나 농사를 짓는 것보다 모피로 버는 돈이 더 많았다. 프랑스인들은 원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부를 쌓아갔다. 프랑스인과 인디언 사이에는 아무런 갈등이 없었다.
반면 영국은 원주민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일으키며 신대륙을 개척해 나가야 했다. 처음부터 영국은 오로지 미국에 식민지를 건설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식민지에는 정착하는 사람들이 필수적이다.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농장을 일구어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했다. 그러니 이주민들은 땅이 필요했다. 그리고 더 넓고 좋은 땅을 갖기 위해 원주민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었다.
영국의 식민지가 있는 애팔래치안 인근과 프랑스인들이 진출한 오하이오계곡 중간지대에는 이노쿠아 원주민이 있었다. 그들은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면서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들이 살던 곳이 뉴욕 주 중북부 지역이다.
이노쿠아 원주민의 세력이 약해지자 영국과 프랑스는 패권을 위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프렌치-인디언 전쟁'이다. 사업 동반자였던 인디언들이 프랑스를 도와 영국과 싸운 전쟁이다. 소설 <라스트 모히칸>은 그 시대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라스트 모히칸>의 원작 작가는 제임스 쿠퍼James Cooper다. 그는 원래 소설가가 아니었다. 병상에 있는 아내에게 책을 읽어 주는데 당시 영국 소설이 너무 재미없었다고 한다. 재미없는 글을 읽는 것보다 직접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소설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가 쓴 글은 미국 최초의 시리즈 장편소설이 됐다.
<라스트 모히칸>은 5부작 소설인 <가죽스타킹 이야기Leatherstocking Tales> 중 제2부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1823년 제1부 <개척자The Pioneers>가 탈고되고, 1826년 <라스트 모히칸>을 발표했다.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뉴욕 주 일대다. 작가는 뉴욕 주의 얼바니 인근에서 자랐다. 부친이 큰 부자였기 때문에 자기 돈으로 마을을 만들어 이름을 '쿠퍼타운Cooper Town'이라고 지었다. 쿠퍼는 뉴욕 주에 살고 있던 원주민과 이주민인 백인의 관계를 다양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호크아이(다니엘 루이스 분)는 의도치 않게 얼바니에서 조지 호수Lake George로 이동하는 영국 장군의 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호크아이는 백인이지만 모히칸 추장의 양자로 성장한 인물이다. 레이크 조지는 영국군의 윌리엄 헨리 요새가 있는 곳이다. 호크아이는 장군의 딸과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걸고 '프랑스-인디언' 군대와 싸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여인을 보내면서 "어디에 있든 반드시 당신을 꼭 찾아내리라I will find you no matter how it takes and how far"라는 멋진 명대사를 남긴다.
미국에서 가장 맑은 물, 레이크 조지
레이크 조지는 강을 통해 챔플린호수와 연결된다. 그리고 챔플린은 세인트 로렌스강으로 이어진다. 세인트 로렌스강을 이용하면 캐나다 퀘벡을 지나서 대서양에 닿을 수 있다. 그래서 영국에게 레이크 조지는 반드시 지켜야 할 요충지였다.
영화 <라스트 모히칸>은 영국이 프랑스에 패하는 시점까지 보여 준다. 영국은 윌리엄 헨리 요새를 잃고 얼마 후 오하이오 인근에 있는 프랑스군을 토벌한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세인트 로렌스강을 건너 캐나다 퀘벡을 점령한다. 하지만 프랑스군이 예상치 못한 절벽 침투를 감행해 승리를 얻어낸다.
전투에선 프랑스가 이겼지만 전쟁은 영국이 이겼다. 퀘벡을 잃은 프랑스군은 보급로가 차단돼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영국은 캐나다를 갖게 된다. '프렌치·인디언 전쟁' 의 결과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국은 미 대륙의 패권국이 된다. 영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식민지 민병대가 함께 싸워 준 덕택이다. 프랑스는 민병대가 없었다. 애초부터 프랑스는 식민지 개척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영국의 승전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전쟁으로 입은 재정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식민지에 대해 차별적 관세가 부과되고 착취가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식민지 사람들의 불만이 커지게 되었고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게 되었다. 그들은 프랑스와 싸우면서 이미 전쟁을 경험했고 자연적으로 무장이 잘되어 있었다.
말하자면 미국이 독립할 수 있었던 계기는 뉴욕에서 있었던 '프렌치-인디언 전쟁'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알고 뉴욕을 여행하면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한편 레이크 조지에서 챔플린으로 가는 곳에 어즈벌 케즘Ausable Chasm이 있다. 케즘은 흔히 말하는 협곡. 균열과 틈을 뜻하는 지질학적 용어다. 지각단절이 생기고 갈라지면서 깊게 패인 지형이다.
어즈벌 케즘은 약 60m 높이의 거대한 협곡이다. 계곡 아래에는 어즈벌강이 힘차게 흐른다. 이곳은 이미 1800년대 후반부터 관광지로 개발되었다. 어즈벌 케즘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급류타기 래프팅, 협곡 하이킹, 암벽 등반 등이다. 늘 많은 방문객이 찾아든다.



어즈벌 케즘 입구.





1873년부터 1996년까지 이 협곡에서 래프팅을 즐겼다고 한다. 당시 사용된 배.


레이크 조지의 물은 미국에서 가장 맑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레이크 태호Lake Tahoe도 물이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오직 레이크 조지의 물만 별도의 정수 처리가 필요하지 않고 그대로 떠서 마실 수 있다고 한다.



내려다 본 어즈벌 케즘 협곡.


길이 2km, 개척된 루트만 1,000개
뉴욕의 산들은 그렇게 높지 않다. 애팔래치안산맥의 주능선에서 벗어나 있기에 작은 산들이 많다. 고개 길을 넘을 때면 영화 <라스트 모히칸>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인디언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고, 주인공 호크아이 또한 생존을 위해 뛰었던 곳이다. 뉴욕의 많은 산과 숲 중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은 모홍크산과 미니와스카주립공원Minnewaska State Park이다. 모홍크는 뉴욕의 스위스라고 불린다. 유럽풍의 리조트 호텔이 있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숙박료가 하루 1,000달러가 넘을 정도로 비싸다.
일대는 개인 사유지다. 산꼭대기에는 호수가 있어 운치를 더해 준다. 숙박하지 않는 방문객은 입장료 30달러를 내고 호텔 주변을 구경할 수 있다. 호텔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호숫가 트레일을 걷고 모홍크 정상에 오르는 코스를 많은 사람이 찾는다.
모홍크 인근에 있는 샤완겅크산군Shawangunk Mountains은 암벽등반의 성지 같은 곳이다. 1950년대부터 많은 클라이머들이 찾았다. 줄여서 '겅크'라고 부른다. 암벽은 설악산 용아장성처럼 길게 뻗어 있다. 용아장성의 암벽이 공룡의 이빨을 온전히 보여 준다면 겅크는 살짝만 보여 준다. 마치 완전히 다물어지지 않은 입에서 살짝 이가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겅크를 클라이밍으로 올라서면 정상 부분은 평지가 되고 산길을 따라 걸어 내려올 수 있다. 아마도 이곳이 전 세계 암장 중에 클라이머에게 가장 친절한 하강 코스를 선사해 주는 곳일 것이다.
암장의 길이는 가로로 2km 이상이다. 지금까지 개척된 코스는 1,000개가 넘는다. 한 루트에 3명씩 오른다고 하면 동시에 3,000명도 등반이 가능한 대규모 암장이다. 또 하루에 3개씩 오른다고 하면 족히 한 계절은 시간을 보내야 할 곳이다. 뉴욕 시내에서 2시간 이내 거리에 있기 때문에 도시인들이 당일에 오갈 수 있다. 그래서 인근의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이나 뉴욕시의 전문직들이 학업과 일의 스트레스를 등반으로 잊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난이도는 5.3에서 5.10 이상까지 다양하다. 오버행 코스가 많아서 등반하는 모습이 꽤 멋지게 연출되기도 한다.
겅크를 즐겨 찾았던 유명인으로는 과학자 윌리엄 쇼클리William Shockley(1910~1989)가 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쇼클리 실링Shockley Ceiling'이라는 루트를 개척했다. 쇼클리는 최초의 반도체 개발자로 알려져 있으며 점접촉 트랜지스터Junction Transistor를 개발한 공로로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한편 아쉽게도 인간의 우성인자와 열성인자를 광적으로 추종해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흑인의 지적, 사회적 결핍의 원인은 유전적이기 때문에 환경의 변화로 치유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IQ가 100 이하인 사람은 자발적으로 불임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위대한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정자를 정자은행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인종에 관한 차별적 발언들로 인해 쇼클리 실링은 그 루트 이름을 상실했다. 이제 사람들은 이 바윗길을 그냥 '더 실링The Ceiling'이라 부른다. 1953년 개척된 '더 실링' 은 총 길이 83m, 3피치다. 난이도는 5.6 정도다. 첫 피치에서는 크랙과 침니를 오르고 두 번째 피치는 오버행 밑에서 끝난다. 그리고 마지막 피치는 핸드 재밍으로 시작해 1m 남짓의 오버행을 넘게 된다.
쇼클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가 학문적이나 학술적으로는 미치광이처럼 행동했지만 훌륭한 클라이머였고 착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최근 일부 암벽 루트에 선정적인 이름을 붙여 논란이 되고 있는데, 뉴욕 클라이머들이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방법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미니와스카, 가족단위 하이커의 천국
겅크가 암벽 등반을 위한 곳이라면 미니와스카주립공원은 가족단위 하이커의 천국이다. 어린아이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원이다. 산길이 잘 만들어져 있고 말을 타고 갈 수 있는 길도 여러 곳이 있다. 겨울에는 크로스컨트리 스키가 가능하고, 공원 안 호수에서 여름의 더위를 씻어낼 수 있다.



미니와스카주립공원 하이킹 중 만난 허름한 오두막.





미니와스카호수.





어워스팅폭포Awosting fall. 가을 가뭄으로 수량이 적다. 





미니와스카주립공원 하이킹.


원래 이 일대는 모홍크산 소유주의 사유지였다. 이곳을 뉴욕 주에서 사들였고, 공원으로 만들었다. 뉴욕 주에는 이런 주립공원이 180개 넘게 있다. 미니와스카공원은 가장 인기 있는 공원으로 꼽힌다. 아마도 조금 더 넓었다면 국립공원이 될 수 있었을 정도로 빼어난 풍경을 자랑한다.
공원 안에는 많은 포유류가 서식한다. '밥 캣Bob Cat'도 종종 보인다고 한다. 밥 캣은 시라소니의 일종으로 북미 대륙에 서식하는 고양이과 동물이다. 덩치는 고양이보다 3배 정도 크다. 한때는 미 전 지역에 많은 개체수가 있었으나 지금은 자연보존 구역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하신 몸이 되었다. 밥 캣은 짧은 꼬리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 모양이 그대로 이름이 되었다. Bobbed단발 Cat을 줄여서 Bob cat으로 부르는 것이다.
한편 밥 캣은 소형 포크레인을 생산하는 미국의 건설장비 업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기업 두산이 인수한 회사다.
주립공원 안에 있는 호숫가를 걷는 트레일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적당한 땀이 나오는 재미있는 산길이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