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2-2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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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새벽 5시 다르항 호텔에서 곤히 자고 있는데 휴대폰 벨소리에 잠이 깬다. 장현수 삼정KPMG 몽골지사장이 서울 김교태 회장 지시로 전화를 걸어왔다. 어젯밤 서울시간 새벽 2시에 김 회장에 SOS를 쳤는데 제대로 전달된 시험공고 것이다. 장 지사장과 자동차 고장 대화를 나누고,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점심을 약속한다.
    한국식당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기대하면서 '다르항' 에서 아침 10시에 출발한다. O 사장 차는 시속 70, 80킬로 속도로 몽골고원을 지나가고 있다. 농지는 없고, 넓은 초원만 펼쳐져 있다. 여름철 우기 때문에 초원은 생기가 넘치고 화려하다. 의사신용대출 시골 도로변에 여름철 과일 노점이 많다. 몽골 화폐가 없으니 그림의 떡이다. 내 아내가 차 안에서 일행들에게 농담을 한다.
    "기분 좋아서 여러분에게 말 한 마리씩 사서 선물하겠다. 조건은 선물 받은 말을 서울에 가져가야 한다. 운송비는 여러분 몫이다."
    워키토키 무전기로 농담을 하며 행복한 드라이브를 하고 있다. 영국의 부동산담보대출이자 세계적 역사가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 역사를 두 가지 특징으로 표현했다. "유목민과 정주민의 전쟁", "자기가 믿는 신이 최고라는 종교와 종교의 전쟁"이다. 세계 역사를 흔들었던 기마 유목민의 고향은 몽골고원 서쪽 오논강과 외팅겐 지역이다. '다르항' 근처에 몽골족들이 신성시하는 '오논강'과 '외팅겐산'이 있다. 오논강 근처는 과거 돌궐족의 수도였고, 검정고시고사장 칭기즈칸 출생지와 초기 몽골제국 수도였던 '카라코람'이 있다.
    몽골고원을 통일하고, 중앙아시아 대초원을 정복한 종족은 '흉노족, 돌궐족, 몽골족'이다. 이들은 몽골고원을 통일한 다음 서쪽으로 중앙아시아 지역, 카스피해 북쪽 초원을 정복하여 대제국을 만들었다. 남쪽으로 중국을 수시로 침략하여 만리장성을 축성하게 만들었다. 만주 지방 고구려 전신인 '부여'를 멸망시킨 것도 흉노족이다.
    농사짓는 정주민에게 물이 필요한 것처럼 유목민에게 식수는 목축에 가장 필요한 자원이라 강변이 중요하다. 겨울철 산악 아래는 가축이 추위를 피하는데 유리한 지형이다. 우리나라 풍수지리 배산임수(背山臨水)의 과거 몽골족 스토리이다. 몽골고원 유목민 전통은 초원을 통일한 강력한 종족의 이름을 따르는 것이다. 흉노족이 통일하면 복속한 모든 종족은 흉노족이다. 돌궐족이 통일하면 돌궐족이고, 몽골족이 통일하면 몽골족이 된다. 매우 광대한 지역에 떨어진 종족은 느슨한 부족연합을 이룬다.
    칸(왕)에게 복속된 각 부족은 왕이 군대를 요구하면 출전해야 하고, 공물과 여자를 바쳐야 한다. 유력한 부족장은 칸(왕)에게 딸을 시집보내서 충성을 맹세하는 결혼동맹을 유지한다. 칭기즈칸도 부인이 10명이다. 강력한 칸이나 족장일수록 결혼동맹 기회가 많아지고, 자녀 숫자도 많을 것이다. 중앙아시아 일부 지역 주민의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전체 주민이 약 17%가 칭기즈칸 유전자가 섞인 후손이라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몽골 스텝 지대 목축 초원풍경. [사진=윤영선]


    참고로 고려를 건국한 왕건도 29명의 부인을 두었다. 왕건은 견훤과 전쟁하기 위해 29개 유력 부족과 결혼동맹을 체결한 것이다. 칸(왕)은 복속된 부족장과 부하들에게 선물을 많이 주어야 한다. 선물 배분에 인색하면 부하들은 충성을 안 하고, 배반하거나 독립해서 떠나간다. 칸(왕)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중국이나 신장의 오아시스 왕국을 침략하여 비단, 가축, 곡물 등 재물을 약탈하고, 여자를 잡아 와서 부하들에게 분배한다. 천고마비(天高馬肥) 계절, 가을은 몽골 변방의 농사짓는 주민에게 재앙의 계절이다.
    유목민은 큰아들이 결혼하면 분봉하여 멀리 떠나보낸다. 막내아들은 아버지와 가장 늦게까지 산다. 부친의 후계자를 정하는 관습은 부모와 가장 늦게까지 생활하는 막내아들이 상속받는다. "옷치킨 제도"라고 부르는데 '화로'를 끝까지 함께한 막내가 상속권을 갖는다. 막내는 부친이 죽으면 남아있는 부친 개인 재산, 남은 병력을 상속받는다. 친어머니만 제외하고 아들들은 죽은 아버지의 살아있는 부인, 죽은 형제들의 배우자도 상속받는다.
    한 나라 시대 흉노족 왕에게 시집간 중국의 4대 미녀, '왕소군'도 남편인 흉노족 왕이 죽은 다음 전처 아들과 다시 결혼하여 자녀를 둔 비극의 여인이다. 한 나라 왕실에서 편히 살았던 왕소군이 '춘래(春來)불사춘'이라고 만한 환경이 이해된다. 복잡한 결혼동맹과 막내 상속제도는 왕의 사망 후 형제들. 씨족들 간에 권력다툼이 많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몽골초원은 전쟁과 싸움이 끊이지 않는 호전적 사회구조이다.
    경제적 개념에서 유목 목축업은 농업이나 상업보다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자연에서 제공하는 풀을 찾아서 이동하는 특성상 자본 축적, 잉여재산 저축, 산업의 분업과 전문화 등 경제적으로 불리하다. 몽골에서 방목하는 대표적 가축은 '양, 말, 소, 염소, 낙타' 5종류이다. 현지인에 물어보니 양 한 마리 가격이 원화 5만원 수준이다. 적어도 2, 3년 오랫동안 키워야 어른 양이 되는데 값이 싸다. 과거 유목민 한 가족은 평균적으로 양 100마리를 키우며 살았다고 한다.
    '말'은 유목민에게 가장 존중받는 가축이다. 가죽을 제공하고, 말젖은 '쿠미스 술'을 만드는 재료이며, 말고기는 식량으로, 살아있는 말은 짐 운반과 교통수단, 전시 전쟁 자원이다. '소'는 추위에 약해서 인기가 적다. 말과 양은 추위에 강해서 고비사막과 몽골고원의 혹독한 기후에 적합하다. '염소'는 가장 낮게 평가되는 가축이다.



    테를지 국립공원 거북바위. [사진=윤영선]


    낙타는 '쌍봉낙타'인데 고비사막에 사는 쌍봉낙타는 추위에 강하다고 한다. 유목민은 4계절 이동해야 하고, 이동 경로는 아무 곳이나 가는 것이 아니고 부족, 씨족별로 정해져 있다. 이웃 씨족과 싸움에서 패하면 자기의 초원을 빼앗기고 유목사회에서 쫓겨나야
    하는 상황이니 개인은 씨족장, 부족장에 충성하고 혈연 집단 간에 단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목민 문화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사회로서 '출신 부족, 씨족, 지역'에 충성하고, 국가나 사회에 대한 연대감은 낮다.
    아직도 몽골의 정치인들은 국가보다 출신 지역과 씨족을 우선 챙긴다고 한다. 풀이 없는 긴 겨울에 많은 가축을 키울 수가 없다. 현재처럼 건초나 사료가 많지 아니하기 때문에 겨울을 보낼 적정 가축 숫자를 키워야 한다. 주기적으로 혹한이나 가뭄이 들면 많은 가축이 죽는다. 부자의 기준은 가축의 숫자이지만, 큰 부자라 하더라고 겨울철 가축의 월동 돌봄 때문에 대체로 평등한 분배 사회이다.
    숙소인 '다르항'에서 출발 13시가 지나서 울란바토르 식당에 도착했다. 장현수 몽골 지사장은 내가 과거 삼정 KPMG 부회장으로 근무할 때 알던 직장 동료이다. 장 지사장이 몽골인 기사에 고장 난 O 사장 차 열쇠를 맡기고, 시내 정비소를 전부 뒤져서 중고 '터보' 부품을 찾아보라고 지시한다. 일말의 희망을 걸어본다. 몽골 주민은 주로 중국의 중고차를 수입해서 사용한다. 가끔 일본과 한국의 중고차가 보인다. 한국의 SUV 차는 값이 비싸서 몽골에 많지 아니하다. O 사장 차는 출고된 지 10년 넘은 차라서 중고 부품이 있을지 의문이다. 몽골 기사에게 O사장 차를 맡기고 점심 식사하러 갔다.
    시베리아에서 고생하다가 김교태 회장 배려로 오랜만에 깔끔한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 맥주 등으로 배부르게 과식하였다. 오후 한가한 시간을 즐기기 위해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거리에 인파가 매우 많다. 동행하는 앙케씨(장지사장 비서)에 이유를 물어보니 몽골의 국가 축제인 '나담축제'가 어제 끝났다고 한다. 축제 기간 6일이 국경일이라고 한다.
    나담축제 기간에 몽골인들이 대부분 휴가를 간다. 휴가는 가족 모두가 초원에 놀라 가서 먹고, 마시고, 잠자고 오는 게 일반적인 형태라고 한다. 우리가 바닷가, 산으로 휴가를 가는데 몽골 도시인들은 초원으로 휴가를 간다. 나담축제 관광객을 위한 노점상들이 도로 옆에 매우 많다. 테를지 국립공원은 독특한 바위 지역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관광객 숙박을 위한 게르(천막), 리조트, 카페 등 완전 난(亂)개발이다. 10년 전 여름 테를지 국립공원에 별을 보러 온 적이 있었다. 당시 한적한 국립공원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지역이 관광객 유치를 위한 난개발 상태다. 우리 일행도 전망 좋은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다. 한국에서 온 나담축제 보러 온 관광객을 카페에서 많이 만난다.
    도로 사정은 안 좋고, 소득 증가로 자동차가 빠르게 증가하다 보니 울란바토르뿐만 아니라 외곽지역도 교통체증이 심하다. 몽골인들의 운전 습관은 매우 험하다. 아무 데나 말 타고 다니던 습관이 자동차 운전에도 나타난다고 말한다. 동행하는 몽골인에게 자동차 면허시험을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다. 자동차 시험을 안 보고, 돈 주고 면허증 사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광대한 초원에 흩어져 사는 사람이 대도시 자동차학원에 등록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현실은 이해가 간다.
    후진국이 산업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합리한 사회 현상의 하나이다.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고, 100만 명을 죽이면 황제나 영웅이 된다." 말이 있다. 칭기즈칸의 군대는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 호전적으로 유명하다. 국립공원 가는 길에 있는 '칭기즈칸 기념관'에 들렸다. 기마상 높이는 40미터로, 미국 자유의 여신상처럼 머리 쪽으로 사람이 걸어 올라갈 수 있다. 말머리 방향은 칭기즈칸 고향 '오논강'을 향하고 있다. 머리 쪽에 사진 찍는 전망대가 있어서 사람이 많이 밀린다.
    지하 1층은 몽골제국의 칭기즈칸 후손들 초상화, 전쟁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칭기즈칸(1162~1227년)은 1206년 몽골의 대칸(황제)에 올랐다. 이 동상은 몽골 건국 800주년이 되는 2006년에 건립이 시작되었다. 전설에 의하면 칭기즈칸이 전쟁 중에 이곳에 떨어진 말채찍을 주우려고 허리를 숙였는데 그사이 적군이 쏜 화살이 스쳐 지나가 목숨을 구했다는 얘기가 있다.
    13세기 몽골제국 전성기 정복한 유럽과 아시아 대륙 영토 지도가 벽에 있다. 13세기, 14세기 약 100년은 팍스 몽골제국의 시대이다. 유라시아의 광대한 초원에 평화가 찾아오고, 무역과 교역이 발달했던 시대이다. 한 번이라도 자랑스러운 위대한 역사가 있는 국민은 자부심이 크다. 우리나라도 세계에 자랑할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



    몽골의 국민 영웅 칭기스칸 기념관. [사진=윤영선]


    기마상 입장 요금은 몽골 돈 2만 투그릭(원화 8천원)으로 몽골 물가 기준 비싼 편이다. 마침 어제가 몽골 전통축제 '나담축제' 폐막일이라 중국에서 관광 온 관광객이 많다. 칭기즈칸이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00년 밀레니엄 연도에 미국의 '뉴욕 타임즈'가 특집으로 지난 1000년 동안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칭기스칸을 선정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칭기스칸 신드롬'이 생겼다.
    칭기즈칸 리더쉽 서적이 한때 크게 유행했었다. 칭기즈칸은 혈족과 부족에 충성하는 유목민 사회에서 능력과 실력으로 사람을 대우했다. 칭기즈칸 초창기 친구인 4명의 맹우에 노예 출신도 있다. 노예 출신 등용은 몽골고원 평민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게 된다.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을 종전에는 각자 장군이 나누고, 일부만 상납하는 게 당시 관행이다.
    칭기즈칸은 모든 전리품을 전체로 총괄하여 모은 다음, 전공에 따라 전리품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병사들이 씨족, 부족에 충성하지 아니하고, 칭기즈칸 개인에 대한 충성심으로 바꾸었다. 몽골이 소련의 위성국가로 있던 1991년 이전까지 공산당은 칭기즈칸을 '인민의 착취자'로 낙인찍어 비판의 대상이었다. 1991년 소련 해체 후 몽골은 국민통합을 위해 영웅이 필요했다. 이러한 시대적 필요가 인민의 착취자에서 국가의 최고 영웅으로 돌변한 것이다.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 장군은 죽은 지 수백 년이 지난 후 영국의 넬슨 제독(프랑스, 스페인연합군 해전 영웅), 일본의 도고 제독(1905년 러일전쟁 해전 영웅)의 평가로 유명해졌다. 박정희 대통령이 아산 현충사 성역화 등 재조명으로 국민 영웅으로 다시 탄생하였다. 위대한 영웅도 후세가 업적을 제대로 평가해 줘야 영웅이 된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의 유명한 말이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서울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교 회계세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세청, 재무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제24대 관세청장,삼정kpmg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심산기념사업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